사무실앞 대추나무에 대추가 익어 가고 있어요

Posted by 행복한다니엘
2018. 9. 5. 10:06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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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그 고생을 하면서 끔찍한 이 더위가 언제쯤 물러 가려나 하던게 바로 엊그제 인데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이 제법 가을 냄새가 납니다. 계절은 속일 수 없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요즘처럼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는것 같은 계절 입니다.


여름 내내 에어컨과 붙어 살다 시피 하다가 막상 에어컨을 끄고 나니 은근히 전기세가 도대체 얼마나 나올까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어제 나온 고지서를 보니 생각 했던것 보다는 훨씬 적게 나와서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게 뉴스에서 보는것 처럼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전기세를 인하한 덕택인지 아니면 전기세 폭탄이 두려워 강철 체력으로 에어컨을 아끼며 살아준 우리 가족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름 선방을 한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다보니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 정원수에 대추가 주렁 주렁 달려 있습니다. 벌써 이곳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겨온지 몇 해가 지났는데 정원수가 대추나무 였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휘휘저어 들고 느릿 느릿 산책을 나가 봅니다. 보통 아침 시간이면 회의며 업무 정리며 바쁜 시간인데 오늘은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요 대추나무 부터 인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 햇살 흉내라도 내려는듯 제법 따가운 티를 내는 햇살을 받으며 대추 나무로 다가 가니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것에 대한 항의라도 하듯 튼실한 대추가 많이도 달렸습니다. 아직 대추가 익어 가는 중이라 몇개 떨어지지 않아 나무 가지는 열매의 무게를 이겨 내기 히겨워 고객를 숙이고 있습니다.





어릴때 시골에서 큰 아버지를 따라 졸래 졸래 산책을 가면 대추 나무 아래에서 빨갛게 익기전에 푸릇 푸릇한 대추를 따서 주시던 그 맛이 생각이 나서 손에 닿는 대로 서너개를 따서 주머니에 집어 넣습니다.


한참을 대추나무를 감상하다 보니 따가워진 햇살에 저항할 수 없어 대추 나무 아래 그늘로 들어 가니 여기가 또 별 세상 입니다. 무성하게 우거진 나뭇 가지가 따가운 햇살을 모조리 막아주는 사이로 소소하게 불어 오는 가을 바람은 정말 이지 대나무 돗자리 하나 펼쳐놓고 대자로 누워서 한잠 자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상쾌 하고 좋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와 주머니의 대추를 꺼내 놓고 사무실 직원들에게 하나씩 먹어 보라 권하니 아무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공적인 단맛에 길들여진 도시의 여직원 들에게 빌딩 숲에서 자라난데다가 아직은 제대로 익지 않아 푸른 빛이 도는 대추는 썩 내키는 간식 꺼리는 아닌듯 싶습니다.


옛날 먹었던 풋풋하고 달달한 대추맛이 생각나서 하나를 집어 들어 한입 베어 무니 기대했던 단맛은 어디로 가고 그냥 떫습니다. 정말 많이 떫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더 가을 햇살에 조리를 해야 하나 봅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던 좋은 친구를 만나니 기분이 아주 좋고 그 동안 먼저 알아보지 못했던 나의 무심함에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가을 햇살에 대추가 빨갛게 익어 가는 모습을 볼때 쯤이면 올 한해도 열심히 잘 살았구나 하고 마음이 푸근해 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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